호주, 3,800㎞ 해저케이블로 햇빛을 수출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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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3,800㎞ 해저케이블로 햇빛을 수출한다고?

2020년6월10일 – by John Mathews   Comment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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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화석연료를 많이 수출하는 나라입니다. 기후변화가 심각해지면서 이 사실은 극심한 논쟁을 낳고 있죠. 호주 경제가 석탄과 천연가스 수출에 의존하는 현실이 바뀌지 않는 이상, 지구 어디선가는 계속 온실가스가 뿜어져 나오고 있을 거예요.

비록 지금은 호주가 재생가능에너지 수출국이 아니지만, 이런 상황을 바꿀 만큼 획기적인 태양광 프로젝트, 선케이블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로 호주 북부의 테넌트 크릭 인근 15,000헥타르의 부지에 10기가와트(GW) 용량의 태양광 발전 단지와 22기가와트시(GWh) 규모의 축전 설비를 건설하게 됩니다. 생산된 전기의 일부는 다윈시에 공급되고, 나머지는 3,800㎞ 해저 케이블을 통해 싱가포르로 수출될 예정이죠.

선케이블 프로젝트, 그리고 유사한 전력 공급 프로젝트는 호주의 광대한 재생가능에너지 자원을 이용합니다. 재생가능에너지가 석탄과 철광석, 천연가스 수출 산업의 대안이 될 수 있는 거죠.

동아시아 에너지 개발 분야의 전문가로서, 우리는 선케이블 프로젝트를 두 손 들고 환영합니다. 선케이블 프로젝트는 호주 재생가능에너지 수출의 선구적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제조업과 건설업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프로젝트는 화석연료를 벗어난 새로운 경제 궤도를 그려줄 겁니다.

길게 보니 더 커 보이는 수익성

호주의 개발 업체들이 선케이블 프로젝트를 선보인 것은 작년이었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지지자들은 선케이블이 2030년까지 싱가포르 전력의 5분의 1을 공급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다윈에서는 화석연료로 생산되고 있는 소비 전력의 상당 부분을 대체할 수 있다고 말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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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 케이블은 특수 제작된 심해 특수작업선에 의해 부설됩니다. 알란 제이미슨/ 플리커, CC BY

재생가능에너지를 수출하기 위해서는 호주 북부와 싱가포르를 고압의 직류 송전 케이블로 연결해야 합니다. 세계 곳곳에 이미 장거리 전력 송출을 위한 케이블이 부설돼 전력을 나르고 있습니다. 중국 중부 지역에서 상하이 등의 해안 도시로 전력을 송출하는 HVDC(고압 직류송전) 케이블이 그 예죠. 유럽에는 전력망을 서로 잇는 비교적 짧은 HVDC 케이블이 부설돼 있습니다.

장거리 HVDC 케이블의 사업 가능성이 이미 입증됐다는 사실은 선케이블 프로젝트의 앞날이 밝다는 의미이기도 하죠.

태양광 발전 비용도 큰 폭으로 낮아지고 있습니다. 재생가능에너지를 생산하거나 송출할 때에 추가로 필요한 한계비용이 낮다는 점 또한 이 프로젝트에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200억 호주 달러(16조 5,000억 원) 이상이 소요되는 이 프로젝트에 가장 큰 재정적 난관은 초기 자본을 조달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호주의 억만장자 투자자 마이크 캐논-브룩스와 앤드류 포레스트가 최대 5,000만 호주 달러(414억 원)에 달하는 초기 자금을 댔습니다. 선케이블에 대해 캐논브룩스는 ‘완전히 미친 괴짜 같은 짓’ 같았지만, 공학적 관점에서 성공할 것으로 봤다고 말했죠.

선케이블 프로젝트는 2027년 완료될 것으로 보입니다.

점점 넓어지는 사업 기회

이 프로젝트는 지역의 하이테크 기업에도 기회를 줍니다. 선케이블은 발전단지 건설 속도를 높이기 위해 시드니의 5B 사와 계약을 맺고, 이 회사의 조립식 ‘태양광 배열’ 기술을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5B는 공사현장에서 쉽게 조립할 수 있도록 선조립 단계의 태양광 패널을 제작해 배송하게 됩니다.

호주 북부의 노던 준주 정부도 선케이블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선케이블 프로젝트를 지역의 ‘주요 프로젝트’로 지정해, 투자자 유치를 돕고 인허가 과정의 편의를 제공합니다.

호주 전역에 걸쳐 이와 유사한 재생가능에너지 수출 계획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의 머치슨 프로젝트는 태양광과 풍력 발전 단지에서 생산된 전기로 물을 분해해 재생 가능 수소를 만듭니다. 그리고 이것을 액화 수소의 형태로 저장해 동아시아로 수출하죠.

아시아 재생가능에너지 허브 계획도 비슷한 개념입니다.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 필바라 지역에 추진 중인 15GW 규모의 태양광 및 풍력 발전 단지에서 전기를 생산해, 그 전기로 수소를 만들겠다는 거죠. 이 수소를 수출하거나 지역 산업에 공급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이들 프로젝트는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 주 정부의 야심 찬 재생 가능 수소 전략과 궤를 같이합니다. 수소를 미래 수출전략의 중심으로 삼겠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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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케이블과 같은 프로젝트는 호주 경제의 석탄 수출 의존도를 낮출 수 있습니다. AAP

튼튼해지는 에너지 안보

재생가능에너지로 전력을 생산해 송출하면, 화석연료 사용으로 발생할 수 있는 에너지 안보 위협을 피할 수 있습니다. 재생가능에너지 프로젝트는 태양광 전지, 풍력 터빈, 배터리와 같이 대량 생산된 장비를 사용합니다. 그 때문에 충분한 에너지를 적정한 가격에 안정적으로 공급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할 수 있죠.

호주는 관련 장비 생산을 제어할 수 있습니다. 맑은 날이 매일 반복되지는 않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발전량을 더 정확히 예측할 수 있을 겁니다. 반면 석유나 석탄, 천연가스는 그 공급이 제한돼 있을 뿐 아니라, 지정학적 상황에 따라 너무 큰 영향을 받곤 합니다. 불과 수개월 전만 해도 사우디아라비아의 주요 원유시설 두 곳이 공격받자 전 세계 원유 공급의 5%가 차질을 빚었습니다.

긴밀해지는 국제 관계

선케이블은 자체 태양광 발전 단지의 전기를 수출하는 것 외에도, 다른 전력 수출 프로젝트로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인프라를 공유해 운용비를 낮추는 거죠.

이는 미래의 에너지 수출 계획, 특히 에너지 부족을 겪는 아세안 국가(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를 상대로 한 계획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그만큼 호주와 이웃 아세안 국가들 사이의 경제적 유대를 강화하는 효과도 노려볼 만합니다. 그것은 호주의 주요 지리경제학적 목표이기도 하죠. 특히, 수출에 있어 갈수록 커지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길이 될 겁니다.

그러나 여느 대규모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선케이블 앞에도 난관이 존재합니다.

사업을 계속 이끌어갈 자금을 확보해야 할 뿐 아니라, 필요한 기반시설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상호접속 기준과 안전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풀어야 할 숙제들이죠.

해저 송전 케이블을 부설할 때 인도네시아 영해를 지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전략적인 국제 협상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두 나라를 잇는 케이블을 통해 ‘성능과 고객 데이터’가 전송될 수 있는 만큼 국가 안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할만한 근거도 부족하지요.

다행히도 예상되는 난관 가운데 극복하지 못할 것은 없습니다. 10년 안에 선케이블은 호주의 재생가능에너지 수출을 현실화하게 될 겁니다.


이 글은 <컨저베이션>에 실린 글을 번역한 것입니다. 공저자는 존 매튜스, 엘리자베스 터본, 하오탄, 김성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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