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에너지, 2050년 인도네시아가 100% 청정 발전을 할 수 있는 이유
인도네시아는 일 년 내내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열대 국가입니다. 인도네시아의 전력을 재생가능에너지만으로 공급할 방안을 연구해보니, 인도네시아가 1년에 64만 테라와트시(TWh)의 태양광 전기를 생산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2018년 한 해 동안 생산된 전력의 무려 2,300배에 달하는 양이죠.
이러한 거대한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재생가능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미미합니다. 2018년 인도네시아 전체 전력 생산에서 태양광이 차지한 비중은 1.7%에 불과합니다.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시아 최대의 경제 규모를 지닌 나라입니다. 2018년에는 여러 형태의 발전소에서 275 TWh의 전기를 생산해 썼죠. 인도네시아의 총 발전설비 용량은 69.1기가와트(GW)입니다. 석탄, 가스, 경유를 발전 원료로 쓰는 발전소의 생산 비중이 거의 90%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수력, 풍력, 지열, 태양광, 바이오 연료 등의 재생가능에너지를 이용한 전기죠.
이처럼 화석연료 사용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현상은 2050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막대한 태양 에너지 자원에도 불구하고, 유일한 전력 생산업체인 국영 전력공사(PLN)는 그것을 활용할 수가 없습니다. 여러 발전소 운영사들과 맺은 계약에 묶여 있기 때문이죠. 이러한 계약의 유효기간은 최소 20년입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50년까지 전체 전력 생산에서 태양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10%에 못 미칠 것으로 예측합니다.
하지만 풍부한 일조량과 독특한 지형을 고려한다면, 인도네시아는 2050년에는 태양광만으로도 필요한 전기 100%를 생산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필요한 것은 전력 생산자와 소비자들을 설득해 이를 실현하려는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의지죠.
인도네시아가 태양광만으로 필요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차고 넘치는 햇빛
2019년 인도네시아의 1인당 전기 소비량은 1메가와트시(MWh)로, 싱가포르의 11%에 불과합니다.
인도네시아 국가 전력계획은 2038년이면 자국에 필요한 전력량이 1,000TWh에 이를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1인당 3.3MWh에 해당하는 양이죠.
이런 추세라면 2050년에는 전체 2,600TWh, 1인당 7.7MWh의 전력을 소비하게 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2050년의 예상 수요를 충족하려면 총 1,500GW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가 필요합니다. 태양광 모듈로 햇빛을 전기로 바꾸는데, 올해는 230MW 규모의 태양광 발전설비가 설치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연구에 따르면, 인도네시아가 생산할 수 있는 막대한 태양광 에너지를 고려할 때 2,600TWh의 전력 공급은 아무 문제가 없는 일입니다.
2.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할 드넓은 땅
2050년까지 태양광 에너지로 100%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할 땅이 최소 8,000㎢ 필요합니다. 인도네시아 전체 국토의 0.4%에 해당하는 면적이죠.
토지 확보가 어렵다면, 태양광 패널을 물 위에 설치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다량의 패널을 호수 또는 물결이 잔잔한 바다 위에 띄우는 거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의 섬으로 이뤄진 나라인 인도네시아는 광대한 수역을 가지고 있습니다. 호수의 면적은 11만9,000㎢, 영해는 29만㎢에 이릅니다.
그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건물 옥상에도 PV 패널을 설치할 수 있습니다. 만약 이러한 계획들이 실현된다면, 100% 태양광 발전을 위해 필요한 땅 면적은 전체 국토의 0.1%에 불과할 겁니다.
자카르타의 인도네시아 에너지광물자원청 청사 옥상에 설치된 PV 패널 (출처: 인도네시아 에너지광물자원청)
3. 낮아지는 태양광 발전 설비 설치 비용
전 세계적으로 대규모 PV 설치에 필요한 평균 비용이 계속 낮아지고 있습니다. 2018년에는 2010년에 비해 77% 감소했죠.
예컨대 호주에서는 대규모 태양광 프로젝트에 드는 MWh당 비용이 2015년 85달러에서 2020년에는 28~39달러로 대폭 줄었습니다.
이는 인도네시아 국영 전력공사의 현재 전력 생산단가인 MWh당 79달러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죠.
2050년까지 100% 태양광 발전을 실현하기 위해서, 정부는 2021년부터 매해 50GW의 전력을 태양광으로 생산해 전력망에 공급해야 합니다.
화석연료를 쓰는 발전소 사업보다 PV 사업이 추진되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와 같은 목표는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PV 발전단지를 건설하는 데는 길어야 2년이면 충분합니다. 반면에 석탄화력발전소를 짓는 데는 최소 3년이 필요하죠.
PV 시스템으로 야간에도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전기를 저장할 장치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배터리 가격 또한 매우 저렴해지고 있습니다. 2019년 kWh당 156달러로 2010년과 비교하면 값이 87% 떨어졌죠. 2030년이면 kWh당 가격이 61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배터리를 보완할 방안으로 양수 발전을 고려해볼 수도 있습니다. 맑은 날 생산한 전기로 물을 상부댐으로 끌어올려 놨다가, 궂은 날씨로 전력 생산이 여의치 않을 때 그것을 아래로 흘려보내 발전기를 돌리는 거죠.
인도네시아는 2만6,000곳의 양수발전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설비용량이 820TWh에 이르죠. 태양광 패널로 100% 재생가능에너지를 생산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양보다 100배 이상 많은 양입니다.
* 이 글은 <더 컨저베이션>에 실린 데이비드 퍼난도 실라라이의 글을 번역한 것입니다.